며칠 전에, 복실이를 데리고 청사포 철길에 산책 나갔다가 해운대신도시로 들어오면서 달맞이 입구 미포오거리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나이 드신 일행분들하고 같이 서 있게 되었는데, 그 중에 70이 넘으신 분 같은데 건강이 아주 좋아 보이는 어르신이 복실이를 불렀습니다.
“워리”
그러자 복실이가 힐끗 쳐다보는데, 그 분이 다시
“워리워리”
하면서 복실이한테 다가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워리워리 워리워리”
하시면서 복실이의 머리를 어루만지는데, 복실이가 가만이 있었습니다.
“진도개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외국 종은 아닌 것 같고?... 이 개 무슨 개지요?”
“풍산갭니다.”
“아- 풍산개가 이렇게 생겼구나! 아이, 그놈 잘 생겼다.”
그 와중에 제가 방금 전에 들었던 ‘워리워리’란 말이 궁금했습니다.
“어르신 방금 전에 워리워리하셨는데, 워리가 무슨 말이지요?”
“옛날에는 개 부를 때 다 워리워리 했어요.”
“개를 부를 때 워리워리하셨다고요”
“옛날에는 그랬지요. 우리 집 개 부를 때도 워리 했고! 남의 집 개를 부를 때도 워리 했지요. 개 부를 때는 다 워리 했어요.”
그래서 저도 옛날에 많이 들어본 소리 같아.
“워리?.. 워리?...”
그러자 그 어르신,
“옛날에는 가축들 부를 때 다 소리들이 있었어요!”
“아! 저도 기억이 나네요, 닭 모이주려고 부를 때는 [구~구구구..]나 [주주~주주주주-] 한 것 처럼요?”
“옛날에는 그랬지요.
그랬더니, 그 어르신 워리에 대해서 더 설명하셨습니다.
“남의 집 개나 우리 집 개 부를 때, 가까이 있으면 그냥 끊어서 워리!하고, 달갤 때는 워리워리!하고, 멀리 있는 개를 부를 때는 워어리!워워어리! 했지요.”
“아, 저도 어릴 때 그랬었네요!하하하하....”
그러다가 제가 문득,
“그런데, 왜 옛날에는 우리 집 개나 남의 집 개를 다 워리라고 했을까요?”
“그거야 뭐... 그때 당시에는 개들이 지금처럼 확실한 이름도 없었고... 남의 집 개는 누구 집 개! 누구 집 개! 그랬고... 다른 집에서 우리 집 개 부를 때도 그렇게 했고.... 뭐, 금방금방 키워서 잡아먹었으니까 그렇게 안 했겠어요?”
그러자 옆에서 일행들이 거들기를,
“옛날에는 개들이 지금처럼 오래 살았는가? 키우다가 복날 오면 잡아먹어버리고, 1년도 안 돼서 잡아먹어버리고...”
“옛날에는 오래 키워봐야 2~3년 갔을까?... 1년 넘게 사는 개들 드물었어.”
“종자 받을 개들이나 몇 년씩 키웠지, 1년 넘기는 개들이 많이 드물었어.”
“빨리 키워서 금방금방 잡아먹어야 하는데, 사람같이 이름 지어서 이름 불러주면, 잡아먹을 때 마음 편하게 잡아먹을 수 있는가?”
“하하하하- 그럼, 정 안 들게 하려고 워리워리 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런 이유도 있었겠네요.”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일행들이 더 거들기를,
“옛날에는 자기 집 개나 [복실이]나 [벅구] 정도 이름 불러줬지, 남의 집 개 부를 때는 다 [워리]였어, 워리!”
“옛날에는 개 이름을 큰소리로 부르면 민망스러웠지!”
그래서 제가
“옛날에는 자기 집 개를 큰 소리로 불러도 민망스러웠다고요?”
“안 그랬겠어요? 금방 키워서 빨리 잡아먹어야 하는데, 개 한 마리 잡으면 그래도 동네 남자들 잔치했는데... 개 이름 크게 불렀다가, 나중에 잡아먹을 때 서로 얼마나 민망스러웠겠어요?”
“아아- 하하하하...”
“옛날에는 똥개들을 잡아먹으려고 많이 키웠다니까!”
“그러니까 자기 집 개도 멀리 있을 때는 다 [워워리!] 했지! 우리 집 개 잡을 때는 우리 집 사람들이 잡은 것이 아니라, 동네서 다른 남자들이 잡았거든.”
“아, 그런 이유도 진짜로 있었겠네요!...”
“그래서 옛날에는 개들 이름 대신 우리집 개나 남의 집 개나 다 워리워리 했던 것이라고!...”
그러자 듣고 계시던 어르신,
“아아- 나도 거기까지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정신적으로 그런 이유도 확실히 있었겠네.”
그러다가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신호가 바뀌었는데, 그 어르신이 안 가시고 복실이한테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시는 것이었습니다.
“이놈은 이름이 어떻게 되요?”
“복실입니다. 이제 20개월 막 넘었고요!”
“복실이?... 야따- 20개월 밖에 안 된 놈이 덩치 좋다!...풍산개가 귀는 누웠어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진돗개하고 비슷하네요?”
“저도 이놈 키우면서 토종개에 대해서 공부 좀 해보니까... 진돗개하고 풍산개하고 또 경주에 있는 동경이라고 하는 꼬리 없는 개하고, 거제개나 제주개나 거의 똑 같더라고요!”
“하기사, 남한 사람이나 북한 사람이나 떨어져 있어도 똑 같으니까... 그것이나 마찬가지겠지요?”
“그런 원리 같아요.”
“그런데, 풍산개가 진돗개보다 많이 커요? 사냥개라서 그런가?”
“그것도 저 나름대로 생각해보니까, 진돗개는 섬에서 토끼하고 노루를 전문으로 잡다보니까 덩치가 클 필요가 없었는데, 풍산개는 백두산 밑에 개마고원에서 멧돼지 잡고 사슴 잡고 호랑이 곰 같은 맹수 사냥하면서 따라 다닌다고 덩치가 커진 것 같더라고요.”
“그 말도 일리가 있겠네.”
그러면서 그 어르신 같이 계시던 일행들에게,
“옛날에는 동네에 집집마다 똥개 한 마리씩은 키웠는데, 그러면 지들끼리 놀다가 밤만 되면 집으로 들어왔는데... 한국 사람은 한국 토종개들이 정서적으로 맞는 것 같어!”
그러자 옆에 있던 일행 분들,
“이놈 덩치는 커도 인상에서, 옛날에 우리하고 같이 뛰어놀았던 그런 똥개들 분위기가 느껴지네...”
그러다가 다시 신호가 바뀌어, 건널목을 건너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덕분에 좋은 개 잘 봤습니다....^^”
“덕분에 좋은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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