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원하지 않는 분 원저작자 : 울프독님
앞에 쓴 프롤로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진도개에 대해서 저 나름대로 과연 진도개의 참모습은 어떤 것일까 하고 이것저것 많이 찾아봤습니다.
옛날 책도 몇 권 읽어 봤고 각종 진도개 관련 단체 홈페이지도 들어가서 구경해보고 이런 저런 병림픽 현장 댓글도 빼놓지 않고 모두 읽어보았더랬습니다. 수긍이 가는 이야기도 많았고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썰도 있고 정말 다양한 의견이 있고 정말 각양각색의 순종 기준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수긍이가는 이야기는 그냥 그딴 거 남들 하는 얘기 신경쓰지 말고 자기가 키우는 개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사랑으로 키우는 것이 좋다는 어느 분의 이야기였습니다. 이 말이 정답이 아닐까 싶군요.
그리고 그 다음으로 고개가 끄덕여진 이야기가 바로 오늘 제가 이야기할 내용입니다. 야후의 유명한 블로거이신 울프독님께서 쓰신 세미다큐멘터리 [진돗개의 조상을 찾아서] 입니다.
(뭐 워낙 유명한 내용이라 진도개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보셨을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원문을 링크해 드리고 싶은데 야후코리아가 서비스를 중지하면서 원문이 사라져 버렸네요. 혹시 어디로 가면 원문을 다시 볼 수 있는지 아시는 분 있으시면 좀 링크 부탁드립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울프독님께서는 진도개는 이스트 라이카라는 견종이 고려시대 원 간섭기에 제주도에 목마견으로 유입되어 남해안 일대를 통해 퍼져나갔고 이것이 진도에 고착되어 더 이상의 순종 이스트 라이카의 피를 받지 못하고 진도 내의 토종견들과의 교배를 통해 소형화, 토착화된 것이 현재의 진도개이며, 따라서 이스트 라이카의 모색(블랙탄이라고 불리는 흑황색입니다)을 물려받은 네눈박이 흑구가 진도개 가문의 적장자라고 말씀하십니다.
진도개의 조상님(?)
정통 흑황색의 네눈박이 블랙탄 모색의 이스트 라이카
조상님의 한국형 바리에이션 네눈박이 진도개 흑구
울프독님의 이야기는 주인이 키우던 말을 1:1 싸움으로 쓰러뜨린 괴물과도 같이 용맹한 시베리아 개의 일화를 접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 시베리아 개의 정체를 궁금해 하시던 울프독님은 훗날 그게 이스트 라이카라는 개임을 알게 됩니다. 더불어 이 녀석이 우리의 진도개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를 지나가는 말로 듣게 됩니다. 그때는 이역만리 시베리아에 살고 있는 이스트 라이카와 한반도 남쪽의 섬 진도의 진도개가 한 핏줄이라는 것이 터무니없는 이야기인지라 그냥 떠도는 풍문이겠거니 생각하셨다고 하십니다.
어느 날 울프독님은 출장 길에 들린 진도에서 희한한 광경을 보게 됩니다. 백구 진도개 어미에게서 나온 네눈박이 흑구 강아지였는데 아마추어 동물 연구가이신 울프독님께서도 검은 진도개를 실제로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얘기하시네요. 울프독님께서는 그 흑구 강아지 진송이를 기르기로 결정하십니다.
그리고 그 진송이와의 만남으로 20여년에 이르는 진도개 조상 찾기 연구를 시작하게 됩니다. [남북의 창]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이스트 라이카의 모습(그전까지 실물 이스트 라이카를 보신 적은 없다고 하십니다)을 보고 진송이의 판박이임을 알게 되신 것이죠. 예전 지나가는 말로 들었던 이스트 라이카와 진도개가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헛소문이 아님을 확신하신 것입니다.
진도에 널리 퍼진 설은 진도개는 예전 몽골의 개가 진도에서 토착화되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여기서 몽골개와 시베리아에 살고 있는 이스트 라이카가 과연 무슨 관계가 있는가하는 벽을 만나게 됩니다. 울프독님은 몽골 대사관에서 만난 한 외교관에게서 해답을 듣습니다. 바로 시베리아의 부랴티아 공화국이 옛 몽골의 영토이며 몽골에 "노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네눈박이 흑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입니다. 그리고 고려 충렬왕 시기에 몽골개 80마리가 제주도에 목마견으로 유입된 기록을 찾게됩니다.
이에 의거해 울프독님은 이스트 라이카 (몽골개) → 제주개 → 진도개로 이어지는 가설을 세웁니다. 그리고 울프독님의 이야기는 본인의 가설을 입증하는 살아있는 증거인 네눈박이 제주 청개(20여년전 진도 시골마을에서 만난 이제는 저 세상으로 떠난 흑구 진도개 진송이를 꼭 닮은)를 제주도의 한 재야 동물 연구가의 집에서 만나는 것으로 막을 내립니다.
울프독님께서 만나신 네눈박이 제주 청개
제가 울프독님의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는 것은
울프독님께서 제시하신 매우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정황 증거 때문입니다.
첫번째는 바로 순종 보존을 위해서는 "수량"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어디어디서 우연히 흘러온 한두마리가 지금의 누구의 조상이 되었다더라는 것은 동화같은 이야기이고 현실에서는 순종 보존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수적으로 많은 그리고 오랜 기간에 걸친 꾸준한 종자견의 제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잡종의 바다에 던져진 순종견의 운명은 잡종화되어 결국 명맥이 끊기게 됩니다. 원 간섭기 동안 제주도는 이스트 라이카의 보급기지가 되어 오랜 시간 (충렬왕부터 공민왕 초기까지 대략 80년) 꾸준히 남해안 일대에 이스트 라이카를 공급해 주었고 이것이 이스트 라이카가 명맥을 이을 수 있던 첫번째 필요조건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이스트 라이카의 모색
정통 흑황색의 블랙탄외에도 여러 모색의 이스트 라이카가 존재합니다
두 번 째는 "상업적 가치"라는 것입니다. 개를 키워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특정 순종 혈통을 보존하는 것은 매우 귀찮고 손이 많이 가는 일입니다. 단순히 섬이라는 고립된 지역이라는 이유로 가만히 있는데도 순종이 보존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순종 보존을 위해서는 발정기의 암캐를 철저히 격리해야 하고 괜찮은 혈통의 수캐를 구해서 짝짓기를 시켜야하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순종 혈통은 보존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이 귀찮음을 감수하면서 순종을 보존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돈 때문입니다. 순종 강아지의 가치가 월등히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근래의 이야기이고 과거 그 시절 순종 이스트 라이카의 가치를 높인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는 식견 문화가 있는 나라입니다. 어차피 잡아먹을 놈들 순종이면 어떻고 잡종이면 또 무슨 상관일까요? 순종은 고기 맛이 좋아서도 아닐 테고 순종이 몸에 더 좋아서도 더더욱 아닐 겁니다. 울프독님은 이것을 이스트 라이카의 사냥 능력으로 설명합니다. 자신들을 돌보아 주던 몽골 사람들이 떠나버린 후에도 이스트 라이카는 자신의 능력으로 사냥을 통해 고기와 털가죽을 구해 주고 또 사냥 잘하는 개로서 비싼 가격으로 팔 수도 있는 자신의 순종 혈통의 우수성을 사람들에게 과시하며 자신의 혈통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 상업적 가치라는 게 정말 일리가 있는 것이 진도개의 최전성기가 언제냐라고 묻는다면 아이러니하게도 답은 일제시대입니다. 물론 일제에 의해 내선일체의 홍보수단으로 악용되었기 때문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이때가 바로 진도개의 상업적 가치가 최고에 이르렀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치르면서 엄청난 군수품들이 필요했는데 동물의 털가죽 또한 주요 군수품 중 하나였습니다. 털가죽 수요가 폭증하면서 사냥 잘하는 진도개들이 귀한 몸이 되었는데 노루를 잡을 수 있는 진도개라면 황소 한 마리의 가격에 거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여담으로 진도개가 최전성기를 누리던 그 시절은 또 하나의 토종개인 삽살개에게는 시련의 시기였습니다. 장모종으로 좋은 털가죽을 가진 삽살개는 이 당시에 일제에 의해 우선 도축되어 멸종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주장입니다.)
그렇습니다.
울프독님의 가설은 많은 의문에 대한 답을 해 줍니다.
진도개는 왜 다른 개와 달리
순종 논란이 많고 모두가 주장하는 각자의 기준이 다른 걸까요?
바로 진도개의 발생 자체가
이스트 라이카와 국내 토종견의 혼합에 의한 자연 발생이기 때문이겠지요.
우리가 아는 다른 견종들은 모두 인위적인 브리딩이라는 작업을 통해 혈통 고정이 된 개들입니다. 무슨 소리냐 하면 바로 어떤 특정한 외모와 성품의 개를 얻기 위해 인간에 의해 인위적인 선택 교배를 당했다는 말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외모와 성품을 가진 개만을 골라 인위적으로 교배시키고 그렇게 나온 강아지들 중에서 또 원하는 특성을 가진 녀석들만 골라 교배하는 과정을 몇 대에 걸쳐 반복하면 다른 특성을 가진 유전자는 모두 제거 됩니다. 바로 혈통 고정이 된 것이죠. 이놈들 사이에서 태어난 강아지는 정해진 기준에 벗어나는 녀석이 태어나질 않습니다. 순종 논란이 있을 수 없습니다. 스탠다드로 정해진 기준에 벗어난 모든 유전적 가능성이 제거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진도개는 다릅니다. 인위적인 혈통 고정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진도에 살았던 수많은 개들의 유전자가 여기저기 숨어 있기 때문에 엄마 아빠와는 뭔가 다른 강아지가 툭툭 튀어나오게 되고 순종이라고 데려왔는데 자라고 보니 흔히 생각하는 모습과는 다른 개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각자 자기 개가 최고라고 믿는 사람들에 의해 자신들이 주장하는 진도개의 특성이 주장됩니다. 진도개를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는 내용이겠지만 진도개 내에서 다양한 변종이 존재합니다. 흰색, 황색, 흑색, 재색, 호랑이 무늬 (심지어 바둑이??!!도 있다고 합니다) 등등의 다양한 모색은 물론 체형에 있어서도 겹개니 홑개니 굴개니 하는 이게 같은 개인가 싶을 정도로 차이를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만이 진짜 진도개다 하는 편협한 시각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진도개를 바라봅니다. 유전적 다양성은 생물학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잘 알려진 대로 면역체계의 우수성뿐 아니라 다양한 유전자로부터 여러 우수한 유전인자를 물려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고의 견종은 똥개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다양한 유전자 풀의 최적 조합으로 정말 세계 제일의 명견이 태어날 수 있겠죠.
아무튼 돌고돌아 결론은 처음에 저를 감탄시킨 바로 그 명언입니다.
그냥 그딴 거 남들 하는 얘기 신경쓰지 말고
자기가 키우는 개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사랑으로 키우는 것이 최고입니다.
[출처] : 원하지 않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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