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속으로] 늑대가 나타났다 … 알고보니 진돗개·풍산개·동경이
중앙아시아 등서 한반도로 이동
개의 조상과 유전 형질 가장 근접
풍산개가 야생적 기질 가장 강해
임실 오수개, 주인 구한 설화 주인공
불개는 늑대·누렁이 합쳐 탄생
해남개·거제개는 문헌에만 존재
진돗개 네눈박이의 모습. 국제 단체에는 황구, 백구 뿐 아니라 네눈박이, 흑구, 재구, 호구가 진돗개 품종 표준으로 등재됐다. [사진 농촌진흥청]
연구를 주도한 최봉환 박사(농업연구사)는 “개과 동물 품종 간 유전적 근연관계를 비교한 그래프를 보면 한국 토종개가 전체 개 품종 중 늑대·코요테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고 말했다. “한국 개는 고대에 야생 늑대를 조상으로 중앙아시아에서부터 동아시아를 통해 이동해 들어온 뒤, 나름의 독창적 그룹을 형성해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진돗개 호구의 모습. 국제 단체에는 황구, 백구 뿐 아니라 네눈박이, 흑구, 재구, 호구가 진돗개 품종 표준으로 등재됐다. [사진 농촌진흥청]
연구 대상으로 선정한 토종개 3종은 털의 색깔, 털의 질, 체형 등이 비슷하고 유전적으로도 공통점이 많다. DNA 분석 결과 외국 품종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면서 한국 토종개들만의 고유한 집단을 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생 늑대 형질은 풍산개, 동경이, 진돗개 순으로 강했다. 외국개 중 한국 토종개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개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중국(샤페이·차우차우), 일본(아키다·시바견) 개들이었다.
풍산개 백구는 얼핏 보기에 진돗개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덩치가 더 크다. [사진 농촌진흥청]
한국 토종개는 점점 희귀해지는 추세다. 유효집단 크기가 진돗개 흑구 485마리, 진돗개 네눈박이 262마리, 풍산개 백구 110마리, 경주개동경이 백구 109마리 등으로 많지 않다.
![고대·현대 개 유전체 분포도](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1/20/ca1f2e21-a732-4565-b4db-d1b3d7d28ec2.jpg)
고대·현대 개 유전체 분포도
경북 경산이 고향인 삽살개는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돼있다. 예로부터 민간에서 ‘귀신을 보는 개’라고 일컬어왔는데 삽살개라는 이름도 ‘삽(쫓는다)’과 ‘살(액운)’에서 유래했다. 크기는 중형견, 털 길이는 장모종이다. 황색과 청색으로 나뉘며 털이 직모, 반곱슬, 곱슬 형태를 모두 보인다. 충성심과 인내심이 강하고 주인에게 온순하지만 경쟁관계의 동물에게는 도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풍산개는 토종개 중 가장 몸집이 큰 개다.
경주개 동경이
지난 2012년 천연기념물(540호)에 이름을 올린 경주개는 ‘동경이’, ‘댕견’, ‘동경개’라고도 불린다. 동경은 옛 경주를 일컫는 지명이다. 동경이는 토종개 중 문헌 기록상 가장 오래된 개로 ‘동경잡기’, ‘증보문헌비고’ 등 옛 문헌에 경주 지역에서 널리 사육되었던 개로 등장한다. 신라 고분에서 토우(흙으로 만든 인형)로도 발굴돼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과거에는 한때 굴곡진 역사를 경험했다. 외관상 꼬리가 5㎝ 이하로 짧거나 없는 게 특징인데 이 때문에 불길하고 재수가 없다며 천대를 받았다. 일본 신사의 개 형상과 닮았다며 죽여 멸종위기를 겪기도 했다. 최근 재조명받으며 보호 육성되고 있다.
제주개는 진돗개와 모양, 색깔이 비슷하지만 진돗개와 달리 꼬리를 꼿꼿이 세우는 게 특징이다. 청각, 후각, 시각이 뛰어나 오소리, 꿩 등 야생동물 사냥에 재능이 있다. 현재 개체수 100마리 이하로 멸종 위기를 겪는데 제주축산진흥원이 제주개 보호·육성사업을 펴면서 숫자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진돗개 흑구
전북 임실군의 오수개는 전래동화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불이 난 것을 모르고 잠든 주인을 구했다는 설화 속 충견이 바로 오수개다. 고려시대의 문인 최자가 1230년에 쓴 ‘보한집’에 이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임실군에서는 매년 5월 ‘오수의 견 문화제’를 열어 충성심을 기린다.
이름이 다소 생소한 불개는 소백산에서 서식하던 늑대와 민간의 누렁이가 교미를 해 만들어진 종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 영주에서 오랜 기간 서식하면서 유전자가 고정됐다. 털과 눈, 코가 모두 붉은색을 띤다. 야성과 경계심이 강하며 발놀림이 민첩해 나무를 잘 타는 게 특징이다. 개체 수가 적어 멸종 위기를 겪고 있다.
최 박사는 “과거 문헌에는 해남개, 거제개 등 더 많은 한국개가 등장하지만 이들은 이미 멸종해 더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남아있는 7품종도 천연기념물 추가 지정사업 등을 통해 꾸준히 개체 수 발굴을 해야만 유전자 분석을 통한 학술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이슈 속으로] 늑대가 나타났다 … 알고보니 진돗개·풍산개·동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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